가수원동에서 쭈꾸미를 먹으려다 결국 피자까지 먹게 된 날

가수원동에서 쭈꾸미를 먹으려다 결국 피자까지 먹게 된 날

계획에 없던 쭈꾸미 골목 탐방

주말에 갑자기 매콤한 게 당겨서 친구랑 가수원동 쪽을 돌아다녔다. 원래는 유명하다는 돼지고기집이나 갈까 했는데, 막상 식당가에 도착하니까 사람들 대기 줄이 너무 길어서 엄두가 안 났다. 배는 이미 꼬르륵 소리가 나는데 1시간 넘게 기다릴 자신은 없어서 골목을 배회하다가 쭈꾸미집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대충 검색해보니 1인분에 14,000원 정도 하는 곳이었는데, 구성이 생각보다 알차 보였다. 사실 그날 날씨가 너무 더워서 걷는 것 자체가 짜증 나는 상태였는데, 그냥 눈앞에 보이는 식당으로 바로 들어간 게 화근이었는지도 모른다.

쭈꾸미와 피자의 묘한 조합

자리에 앉아서 주문을 하려는데, 쭈꾸미 세트 메뉴에 마르게리타 피자가 포함되어 있었다. 솔직히 쭈꾸미 파는 곳에서 피자가 왜 나오는지 처음엔 좀 의아했다. 그런데 주변 테이블을 보니 다들 피자를 남기지 않고 먹길래 우리도 그냥 시켰다. 막상 나온 음식들을 보니 매운 쭈꾸미 한 입 먹고 피자 한 조각 먹는 게 꽤 괜찮은 전략 같았다. 매운맛이 입안을 때릴 때 치즈가 올라간 피자가 들어오니까 중화되는 느낌이랄까. 근데 먹다 보니 피자 도우가 생각보다 너무 얇아서 과자 먹는 느낌이 강했다. 수제버거 맛집처럼 묵직한 패티를 기대한 건 아니었지만, 이건 좀 피자라기보다는 또띠아 같은 느낌이라 기대와는 살짝 달랐다.

대기가 길어질수록 묘해지는 분위기

음식이 나오고 나서 알게 된 사실인데, 저녁 7시가 넘어가니 식당 입구부터 사람들이 엄청나게 몰리기 시작했다. 우리 뒤에 온 사람들은 30분 넘게 서서 기다려야 했다. 좁은 통로에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과 눈이 계속 마주치니까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르게 허겁지겁 먹게 됐다. 사장님은 친절하셨는데, 너무 바빠 보이니까 뭐 하나 더 달라고 부탁하기도 눈치 보이고. 식당이 생각보다 좁아서 테이블 간격도 좁다 보니 옆 사람 대화까지 다 들리는 상황이었다. 한 40분 만에 다 먹고 얼른 자리를 비켜줘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이 들었다.

굳이 다시 찾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

나오면서 친구랑 서로 쳐다보며 웃었다. 이게 맛집인지 아니면 그냥 배고플 때 들어갈 만한 곳인지는 좀 애매하다. 쭈꾸미는 확실히 매콤해서 스트레스는 풀렸는데, 솔직히 수원역 근처나 일산 킨텍스 맛집들처럼 뇌리에 딱 박히는 강렬한 맛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냥 평범한 동네 밥집 수준인데 이상하게 구성이 좋아서 사람이 몰리는 듯한 느낌. 계산하고 나오면서 보니까 2인 기준 3만 원이 채 안 나왔으니 가성비는 좋다고 해야 할까. 다음에는 그냥 집에서 편하게 시켜 먹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아니면 아예 한가한 평일 낮에 와야 그나마 제대로 맛을 느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미묘하게 남은 아쉬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카페라도 갈까 하다가, 그냥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 하나씩 물고 들어왔다. 오늘 하루가 뭐 하나 제대로 풀린 느낌이 아니라 쭈꾸미와 피자라는 조합처럼 약간 섞이지 않은 기분이 든다. 다음에는 추석 때 엄마가 해주던 고기 요리나 실컷 먹어야겠다. 뭔가 화려한 맛집을 찾으러 간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좀 더 편안한 분위기에서 밥을 먹고 싶었다는 갈증이 남는다. 굳이 멀리서 찾아올 정도는 아닌 것 같고, 그냥 동네 사람들끼리 저녁 한 끼 때우기 좋은 곳 정도로 기억될 것 같다. 다음에 또 오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

댓글 2
  • 정말 다사다난한 하루 같네요. 쭈꾸미랑 피자 조합이 생각보다 괜찮다고 하니, 다음에는 이런 맛집 탐방 시도해 볼까 싶어요.

  • 사람들이 그렇게 몰리는 이유가 테이블 간격이 너무 좁아서 그런가요? 좁은 공간에서 기다리는 게 불편하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