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엽역 근처에서 갑자기 생돼지갈비가 먹고 싶어졌을 때

주엽역 근처에서 갑자기 생돼지갈비가 먹고 싶어졌을 때

갑작스러운 외식 결정과 주엽역의 밤

지난 토요일이었나,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는데 유난히 배가 고팠다. 냉장고에는 며칠 전 사둔 양배추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고, 도저히 그걸 요리해 먹을 기운은 없었다. 평소라면 그냥 배달 음식을 시켰을 텐데, 왠지 기름진 고기가 숯불에 구워지는 그 냄새가 너무 간절했다. 결국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지갑만 들고 밖으로 나갔다. 주엽역 근처는 밤이 되면 꽤 조용한데, 그래도 골목 사이사이에 불 켜진 식당들이 있어 마음이 좀 놓인다. 사실 딱히 정해둔 목적지는 없었다. 그냥 고기 냄새가 나면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으로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생돼지갈비집을 찾아 헤매던 시간

사실 요즘 흔한 양념 갈비 말고, 뼈가 그대로 붙어 있는 생돼지갈비가 먹고 싶었다. 이게 생각보다 찾기가 쉽지 않다. 프랜차이즈 고깃집들은 대부분 양념에 재워진 고기를 팔거나, 아니면 삼겹살 위주니까. 몇 군데를 기웃거리다가 주엽역에서 한 15분쯤 걸었을까, 작고 허름한 간판의 고깃집이 눈에 띄었다. 이름도 그냥 평범한 돼지갈비집. 손님이 꽉 차 있지도, 그렇다고 너무 한산하지도 않은 딱 적당한 분위기였다. 안으로 들어가니 테이블이 한 8개 정도 있었는데, 자리가 비어 있어 냉큼 앉았다. 1인분에 17,000원 정도 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사실 요즘 물가를 생각하면 그렇게 비싼 건지 싼 건지 감도 잘 안 온다. 일단 2인분을 시켰다.

생각보다 불 조절이 너무 어려웠다

고기가 나오고 불판이 올라오는데, 숯이 생각보다 강했다. 생돼지갈비는 두툼해서 굽는 게 일인데, 성격이 급해서 일단 고기부터 다 올렸다. 옆 테이블 보니까 다들 느긋하게 한 점씩 굽던데 나는 마음이 왜 이렇게 급했는지 모르겠다. 결국 고기 겉은 새까맣게 타고 속은 좀 덜 익어서 가위질하느라 꽤 고생했다. 직원분이 지나가다 보시고는 “갈비는 뼈 쪽을 나중에 익혀야 해요”라고 한마디 툭 던지셨는데, 사실 그 말 듣고도 잘 안 됐다. 집게를 든 손에 기름이 튀어서 뜨거워지고, 고기 냄새는 옷에 다 배고. 나중에는 내가 밥을 먹으러 온 건지 고기랑 싸우러 온 건지 헷갈릴 지경이었다. 옆에 앉은 커플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아주 예쁘게 굽던데, 나는 혼자 고기 뒤집느라 땀을 뻘뻘 흘렸다.

기다림 끝에 만난 맛과 미묘한 피로감

그래도 고기가 노릇하게 익어서 한 점 먹으니까 헛수고는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확실히 양념된 고기보다 담백하고 씹는 맛이 있었다. 소금만 살짝 찍어서 먹으니 고소함이 확 올라오더라. 그런데 웃긴 건, 막상 배가 좀 차기 시작하니까 갑자기 피로가 몰려왔다. 식당 안이 환풍기 소리 때문인지 조금 시끄럽기도 하고, 옆 테이블에서 술잔 부딪치는 소리에 정신이 좀 산만했다. 된장찌개도 하나 추가했는데, 이건 집에서 끓이는 맛이랑 비슷한 듯하면서도 묘하게 밖에서 먹는 자극적인 맛이 섞여 있었다. 밥 한 공기를 다 비우고 나니 갑자기 너무 졸린 것 같기도 하고, 집에 가서 바로 눕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다.

다 먹고 나왔을 때의 어정쩡한 기분

계산하고 밖으로 나오니 밤공기가 꽤 차가웠다. 배는 부른데 기분은 좀 묘했다. 엄청 맛있게 먹은 건 맞는데, 굽느라 고생해서 그런지 온몸에 고기 냄새가 밴 느낌이 싫었다. 주엽역으로 돌아가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서 시원한 음료수를 하나 샀다. 복분자 에이드 같은 거였는데, 쌉싸름한 고기 기름기를 씻어내기엔 괜찮았다. 집에 도착해서 옷을 벗어두고 나니, 아까 그 고깃집에서 왜 그렇게 허겁지겁 구웠나 싶기도 하고. 다음번에는 그냥 좀 더 차분하게 구워주는 집을 가야 하나, 아니면 그냥 집에서 에어프라이어에 돌려 먹는 게 나을까 고민하게 된다. 결국 결론은 안 났다. 그냥 배가 고파서 나갔고, 고기를 먹었고, 생각보다 피곤했다는 사실만 남았다. 평소에 이런 식당을 자주 다니는 편도 아니지만, 가끔은 이렇게 예고 없이 나가서 혼자 고기를 굽는 게 나름의 스트레스 해소법인 것 같기도 하다. 내일 출근 생각하면 다시 조금 우울해지지만, 뭐 어쩌겠나. 주말은 항상 이런 식으로 조금씩 아쉽게 흘러가는 것 같다.

댓글 1
  • 숯이 강해서 고기 타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겉은 타고 속은 익지 않아서 꽤나 애를 먹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