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찬 제안 문자를 받고 고민했던 며칠

협찬 제안 문자를 받고 고민했던 며칠

갑작스러운 협찬 제안의 정체

얼마 전 인스타그램 DM으로 머리 스타일을 바꾸면 어떻겠냐는 연락을 받았다. 평소에 숏폼 영상들을 보면서 미용실 협찬을 받아 다니는 사람들을 자주 보기는 했지만, 나한테도 이런 제안이 올 줄은 몰랐다. 솔직히 말하면 처음에는 좀 기분이 좋았다. 내 얼굴이 나름 괜찮게 나왔나 싶기도 하고, 커트 비용만 해도 요즘 3만원에서 5만원은 훌쩍 넘어가니까 돈을 아낄 수 있겠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그런데 막상 상세 내용을 확인해보니 이게 그렇게 단순한 건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단순히 머리만 예쁘게 자르고 오는 게 아니라, 시술 전후 영상을 찍어야 하고 그걸 내 피드에 태그까지 걸어서 올려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다. 내 계정이 그렇게 활발한 곳도 아닌데, 굳이 이런 걸 올려야 하나 싶어 몇 번을 망설였다.

미용실 문턱을 넘기 전의 묘한 긴장감

결국 고민 끝에 가보기로 했다. 왠지 안 가면 손해 같다는 이상한 보상 심리 때문이었을까. 예약한 곳은 강남역 근처에 있는 꽤 규모가 큰 샵이었는데, 막상 가보니 평일 낮인데도 사람이 북적였다. 대기하는 동안 메뉴판 같은 걸 보여줬는데, 커트 가격이 4만 5천 원이라고 적혀 있었다. 예전에 이지현 씨가 9천 원짜리 커트를 인증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여기 가격표를 보고 나니 같은 커트라도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지 의문이 들었다. 물론 위치나 서비스의 차이겠지만, 단순히 가격만 보면 왠지 모르게 마음 한구석이 불편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협찬이라는 게 사실 이런 비용을 눈감아주는 대가인 건지, 아니면 내가 그만큼의 홍보 효과를 내줄 수 있다는 건지 확인되지 않은 채 자리에 앉았다.

시술 과정에서 느꼈던 작은 불편함

담당 디자이너는 친절했지만, 손님들이 계속 들어오다 보니 아무래도 중간중간 끊기는 느낌을 받았다. 보통 돈을 내고 갈 때는 ‘서비스’라는 명목으로 대우받는 기분이 드는데, 협찬이라서 그런지 나도 모르게 눈치를 보게 되었다. 영상을 찍어달라고 부탁하는 것도 왠지 쑥스럽고, 디자이너님이 바쁜 와중에 스마트폰을 들이대며 ‘이 각도에서 한 번만 찍어주세요’라고 말하는 과정이 꽤나 번거로웠다. 특히 샴푸를 하고 젖은 머리로 카메라 앞에 서서 표정을 관리하는 일은 생각보다 더 부자연스러웠다. 이 짓을 하면서까지 머리를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현타가 살짝 왔다.

결과물과 남겨진 찜찜함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머리는 깔끔하게 잘 나왔고, 내가 평소에 하던 스타일보다는 확실히 전문가의 손길이 닿아서인지 정돈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사진과 영상을 정리하면서 다시 고민에 빠졌다. 이 결과물을 정말 내 인스타그램에 올려야 할까? 올리고 나서 지인들이 ‘어, 너 미용실 어디 갔어? 협찬이야?’라고 물어보면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도 막막했다. 솔직히 나는 내 돈 내고 편하게 다니는 게 제일 마음 편하다는 걸 이번 기회에 깨달았다. 그냥 4만 5천 원을 내고 말지, 이렇게 홍보 모델처럼 행동하는 게 나랑은 영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피드에는 올렸지만, 며칠 뒤에 슬쩍 삭제했다. 협찬받은 건데 삭제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그냥 그게 마음이 훨씬 편했다. 이런 작은 경험 하나가 뭐라고, 며칠 동안 사람을 이렇게 피곤하게 만드는지 모르겠다.

댓글 1
  • 영상 찍어달라고 부탁하는 게 생각보다 번거로웠던 것 같아요. 특히 샴푸하는 동안 표정 관리가 더 신경 쓰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