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익산 솝리칼국수, 이름에 담긴 이야기
익산에 가면 ‘솝리칼국수’라는 곳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름부터가 예스러운 것이, 익산의 옛 지명인 ‘솝리’에서 따온 것 같았다. ‘솝리’는 ‘속 마을’이라는 뜻이라는데, 그만큼 깊고 속 편한 맛을 기대하게 되는 이름이었다. 몇 년 전, 익산에서 친구 결혼식이 있어서 갔다가 급하게 저녁을 먹어야 할 상황이 있었다. 그때 처음으로 ‘솝리칼국수’라는 간판을 봤는데, 마침 시간도 없고 해서 그냥 지나쳤던 기억이 있다. 그때는 ‘그냥 칼국수집이겠지’ 하고 말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꽤 유명한 곳이라고 하더라. 이번에 익산에 다시 갈 일이 생겨서, 그때의 아쉬움을 달래고자 ‘솝리칼국수’를 방문하게 되었다.
기대 vs 현실: 슴슴함의 미학?
솔직히 말하면, ‘솝리’라는 이름에서 오는 기대감은 컸다. 옛날 시골 할머니가 끓여주시던, 슴슴하면서도 깊은 맛의 칼국수를 떠올렸다. 조미료 맛보다는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건강한 한 그릇을 기대했던 것이다. 실제로 솝리칼국수의 메뉴를 보면 ‘옛날 칼국수’ 같은 이름이 눈에 띈다. 하지만 막상 주문한 칼국수를 받아보니, 생각보다 ‘슴슴’하지는 않았다. 멸치 육수 베이스인데, 적당히 감칠맛이 도는 것이 오히려 대중적인 입맛에 더 잘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맛이 없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깔끔하고 시원한 국물이라 면과 잘 어우러졌고, 쫄깃한 면발도 좋았다. 다만, 내가 기대했던 ‘할머니의 손맛’ 같은 아주 순수한 슴슴함과는 조금 거리가 있었다는 점, 그게 개인적으로 느낀 예상과 현실의 차이였다.
쫄깃한 면발과 시원한 국물의 조화
우리가 주문한 메뉴는 가장 기본적인 ‘솝리 칼국수’였다. 가격은 1인분에 9,000원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2명이서 가서 칼국수 두 그릇을 시켰는데, 밑반찬으로 김치와 깍두기가 나왔다. 김치는 적당히 익어서 칼국수와 곁들이기 좋았고, 깍두기는 아삭한 식감이 살아있었다. 칼국수는 큼직한 뚝배기에 담겨 나왔는데, 보기보다 양이 푸짐했다. 뚝배기 가장자리를 따라 얇게 썬 파와 다진 마늘이 뿌려져 있었고, 그 아래로 뽀얀 국물이 보였다. 젓가락으로 면을 들어보니, 생각보다 얇지 않고 적당히 도톰해서 쫄깃한 식감이 좋았다. 국물은 멸치 베이스인데, 비리지 않고 깔끔했다. 처음에는 ‘좀 더 깊은 맛이 나면 좋았을 텐데’ 싶었지만, 먹다 보니 그 깔끔함이 오히려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특히 더운 날씨에 먹으니 속이 확 풀리는 느낌이었다. 2명이서 18,000원 정도의 가격으로 꽤 든든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었다. 총 조리 시간은 주문하고 나서 약 15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점심시간이라 손님이 꽤 있었지만, 회전율이 좋은 편인지 오래 기다리지는 않았다.
솝리칼국수, 이런 점은 조금 아쉬웠다
음식이라는 것이 지극히 주관적인 경험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있었다. 앞서 말했듯이, 내가 기대했던 ‘아주 슴슴한’ 맛과는 조금 거리가 있었다. 물론 이것은 나의 개인적인 기대치 때문이지, 칼국수 자체가 맛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옛날 맛’이나 ‘솝리’라는 이름에서 오는 기대치를 너무 높게 잡고 가면, 약간의 실망감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또 하나, 밑반찬인 김치가 조금 더 맛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칼국수와 잘 어울리긴 했지만, 특별히 인상적인 맛은 아니었다. ‘속 깊은 맛’을 내세운다면, 곁들임 찬에서도 그런 부분을 조금 더 신경 쓰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런 사소한 부분에서 음식 전체의 만족도가 달라지기도 하니까.
솝리칼국수 vs 태백칼국수: 익산 칼국수의 두 얼굴
익산에서 칼국수 맛집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곳이 ‘솝리칼국수’와 ‘태백칼국수’다. 두 곳 모두 익산 현지인들에게도 사랑받는 곳이지만, 맛의 결은 사뭇 다르다. ‘솝리칼국수’가 깔끔하고 시원한 멸치 육수 베이스라면, ‘태백칼국수’는 좀 더 진하고 걸쭉한 느낌의 콩나물 육수 베이스라고 한다. ‘태백칼국수’는 예전에 익산에 왔을 때 친구 추천으로 가봤는데, 매콤한 콩나물 국밥과 함께 칼국수도 먹었던 기억이 있다. 그때의 칼국수는 콩나물의 시원함과 약간의 매콤함이 더해져서 해장용으로도 좋을 만큼 개운했던 기억이 난다. 따라서 ‘솝리칼국수’는 담백하고 깔끔한 맛을 선호하는 사람에게, ‘태백칼국수’는 좀 더 자극적이고 개운한 맛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더 잘 맞을 것이다. 둘 다 나름의 매력이 있어서, 어떤 날씨나 기분에 따라 선택이 달라질 것 같다. 가격대는 두 곳 다 비슷한 수준으로, 1인분에 9,000원 ~ 10,000원 내외로 형성되어 있다.
그래서, 솝리칼국수는 누구에게 추천할까?
결론적으로 ‘솝리칼국수’는 익산에서 깔끔하고 시원한 칼국수를 맛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하다. 특히 너무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적당한 감칠맛을 가진 칼국수를 찾는다면 만족할 것이다. 여름철에 시원하게 한 그릇 비우기에도 좋고, 가볍게 식사하고 싶을 때 방문하기에도 부담 없다. 반면에 ‘아주 깊고 진한 육수의 칼국수’나 ‘극도로 슴슴하고 전통적인 칼국수’를 기대하는 사람이라면, 조금은 다른 선택지를 고려해보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 혹시라도 ‘나는 무조건 유명한 곳은 피하겠다’라고 생각한다면, 익산의 다른 동네 칼국수집을 찾아보는 것도 방법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솝리칼국수의 깔끔한 국물은 좋았지만, 다음번에 익산을 간다면 태백칼국수의 매콤한 콩나물 베이스 칼국수도 다시 한번 맛보고 싶다. 다음 방문 시에는 곁들임 찬에도 조금 더 신경 써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가격 대비 만족도는 괜찮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멸치 육수 깔끔해서 좋았는데, 깍두기는 조금 더 맵게 만들면 훨씬 맛있을 것 같아요.
국물 맛이 깔끔해서 더운 날 먹고 나니 속이 편해지는 게 확실히 좋았어요. 멸치 육수 좋아하는데, 그런 느낌이어서 재방문 의향이 있어요.
솔직히 칼국수 면이 조금 덜 쫄깃하게 느껴졌어요. 그래도 국물 맛은 정말 깊어서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