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생각난 구월동 뉴코아 식당가의 풍경들

갑자기 생각난 구월동 뉴코아 식당가의 풍경들

가끔은 잊고 지내던 장소들이 불쑥 머릿속에 떠오를 때가 있다. 어제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데 쌀국수 국물이 생각나서 멍하니 있다가 문득 15년쯤 전이었나, 구월동 뉴코아 10층에 있었던 아시아문 생각이 났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시절 그곳은 참 특이한 공간이었다. 지금처럼 세련된 브런치 맛집이나 감성 카페가 흔하던 시절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동네 허름한 식당도 아닌 이랜드에서 운영하던 나름 거창한 아시안 푸드점이었다.

낡은 사진첩 같은 그때의 기억

당시에는 쌀국수나 꿔바로우 같은 음식들이 지금처럼 배달 앱으로 시켜 먹는 흔한 메뉴가 아니었다. 뉴코아 10층 식당가에 올라가면 꽤 넓은 공간이 펼쳐졌고, 가족 단위나 친구들끼리 쇼핑을 하다가 점심을 해결하러 가는 코스였다. 탕수육은 좀 달콤했고 볶음밥은 기름기가 적당히 돌았다. 그곳이 언제 없어졌는지, 왜 그렇게까지 아쉬웠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그 시절의 냄새와 소음 같은 게 문득 떠오르는 거다. 사실 1인 기업이니 창업이니 하는 요즘의 복잡한 비즈니스 모델을 생각하면 그 넓은 식당가 한 곳을 채우고 있던 대기업 계열 브랜드가 참 거대해 보였던 것 같다.

음식점과 자릿세의 묘한 기억들

뉴코아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계곡 자릿세 이야기가 떠오르는 건 왜일까. 최근에 뉴스에서 계곡에 불법 시설물 설치하고 자릿세 받던 음식점들을 행정대집행한다는 소식을 봤다. 옛날에는 그런 곳이 여행지의 낭만인 줄 알았는데, 요즘 다시 생각해보면 참 억지스러운 영업 방식이었다. 3만 원씩 주차비를 받거나 돌계단을 마음대로 놓던 그 집들은 지금 다 어떻게 됐을지 궁금하다. 비슷한 시기에 신전떡볶이 창업 비용 같은 걸 우연히 찾아본 적이 있는데, 요즘 창업은 정말 체계적이고 차갑다는 생각이 들었다. 1980밀면회관처럼 옛 정취를 그대로 살린 노포가 아니면, 다들 비슷한 인테리어에 비슷한 맛을 내는 우동체인점 같은 프랜차이즈뿐이니 말이다.

텅 빈 공간에 대한 막연한 생각

행주산성 근처에서는 요즘 ‘행주 런케이션’이니 뭐니 하면서 지역 상권을 살리려고 애쓰는 모양이다. 아동친화업소 인증제라는 것도 예산군에서 한다던데, 확실히 요즘은 식당 하나를 운영해도 단순히 맛만 좋아서는 안 되는 시대인가 보다. 예전 구월동 뉴코아 10층의 그 식당도 결국 시대의 흐름에 밀려 사라졌지만, 그 자리를 채웠던 건 단순히 음식이 아니라 그때의 사람들과 풍경이었을지도 모른다. 요즘은 배달 창업이다 뭐다 해서 홀이 없는 가게들도 많아졌다. 가끔은 가평의 어느 중국집 사장님처럼 사기 전화에 시달리며 생업을 지켜내야 하는 현실이 참 팍팍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들

오늘 저녁은 근처 쌀국수집에나 가볼까 싶다. 예전 아시아문에서 먹던 그 맛은 아닐 테지만, 그래도 따뜻한 국물이 있으면 조금은 위로가 되지 않을까. 창업이란 게 결국은 누군가의 일상을 채우는 일일 텐데, 왜 이렇게 복잡하고 계산적인 요소들이 많이 끼어드는 건지 모르겠다. 단순히 밥 한 끼 먹으러 가는 과정조차 이렇게 많은 고민이 필요한 건지, 아니면 내가 너무 예전 기억에 매몰되어 있는 건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그저 내일도 비가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함께 쌀국수 한 그릇에 얼마를 써야 적당한가 같은 사소한 고민만 남았다.

댓글 4
  • 아시아문, 정말 그때는 분위기가 독특했죠. 꿔바로우 맛은 지금보다 훨씬 더 달아서 기억에 남네요.

  • 아시아문, 그때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었던 것 같아요. 메뉴가 지금보다 훨씬 많았고, 분위기도 독특했죠.

  • 아시아문 볶음밥, 진짜 맛있었는데... 지금처럼 완벽한 배달 시스템은 없었지만, 그때 그 맛이 생각날 때가 많네요.

  • 그때 아시아문에서 꿔바로우 먹었던 기억이 나네요. 지금처럼 배달 앱이 없었으니, 가족들과 함께 쇼핑 후 식사하러 가는 모습이었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