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닭칼국수 한 번 해먹겠다고 난리를 피웠다

집에서 닭칼국수 한 번 해먹겠다고 난리를 피웠다

닭 한 마리 삶는 게 왜 이렇게 큰일인지

주말에 갑자기 닭칼국수가 너무 먹고 싶은 거다. 그냥 동네 칼국수집 가서 8,000원이나 9,000원 내고 사 먹으면 그만인데, 꼭 이럴 때 이상한 고집이 생긴다. 마트에서 생닭을 한 마리 샀다. 5,000원 정도 했나. 집에 오자마자 핏물을 뺀다고 찬물에 담가뒀는데, 닭이 생각보다 커서 냄비가 꽉 차더라. 이때부터 뭔가 잘못됐다는 걸 느꼈어야 했다. 육수를 내겠다고 파뿌리에 양파 껍질까지 다 넣고 끓이는데, 주방 온도가 순식간에 올라가더라. 창원 성산구 어디서 하절기 위생 점검을 한다는 뉴스를 폰으로 보다가 냄비를 태울 뻔했다. 여름철에 닭을 삶는 건 진짜 할 짓이 못 된다는 걸, 땀을 뻘뻘 흘리며 닭 껍질을 벗기다가 깨달았다.

칼국수 면은 사다가 쓰는 게 정신 건강에 좋다

사실 밀가루 반죽을 직접 해볼까 생각도 잠시 했었다. 그런데 닭 삶느라 이미 진이 다 빠져서 결국 마트에서 파는 생칼국수 면을 집어왔다. 이것도 한 2,000원 정도 했던가. 면을 넣고 삶는데, 닭 육수가 생각보다 너무 뽀얗게 안 나와서 당황했다. 가게에서 사 먹는 건 닭발까지 넣어서 푹 고아내니까 진한 맛이 나는데, 집에서 그냥 닭 한 마리 넣고 끓이니까 이건 닭국인지 칼국수인지 모를 밍밍한 비주얼이 나왔다. 아까운 마음에 다진 마늘을 평소보다 세 배는 더 넣었다. 마늘 맛으로 먹는 거지, 뭐. 그런데 면을 넣으니까 국물이 걸쭉해지면서 냄비 바닥에 눌어붙기 시작하더라. 저어가면서 끓이느라 한 15분 동안 불 앞에서 꼼짝도 못 했다.

식당 운영하는 사람들은 진짜 대단한 것 같다

이런 과정을 겪다 보니 자연스럽게 식당 사장님들 생각이 났다. 황리단길에 줄 서서 먹는 대게닭강정 집이나, 60년 전통이라는 중화요리 집 사장님들은 대체 매일 이걸 어떻게 하시는 걸까. 예전에 기사에서 노무사 시험 문제에 나온 사례처럼 음식점 업주들이 행정적인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다는 내용을 본 적이 있다.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걸 넘어서, 원가 계산하고 위생 점검 받고, 다회용기 반납 체크하고 하는 복잡한 일상을 매일 반복한다는 게 상상이 안 된다. 내가 고작 집에서 닭칼국수 하나 만들면서도 ‘이걸 매일 하라고 하면 못 하겠다’라는 생각을 수십 번 했는데, 투잡이나 신규 창업 고민하는 사람들은 대체 어떤 배포로 시작하는 건지 궁금해졌다.

끝내 맛은 있었지만 뒷정리가 너무 무겁다

어찌어찌 완성된 닭칼국수는 생각보다 맛이 나쁘지 않았다. 닭고기를 일일이 찢어서 고명으로 올리고, 김치까지 꺼내서 한 그릇 뚝딱 비우긴 했다. 그런데 다 먹고 난 뒤의 주방 상태가 문제였다. 닭기름이 튄 가스레인지랑, 뽀얗게 눌어붙은 커다란 냄비를 보니까 한숨부터 나왔다. 이걸 다 닦고 나니 밖에는 이미 어둑어둑해져 있더라. 설거지하면서 생각했다. 그냥 동네 식당 가서 편하게 먹을걸, 왜 사서 고생을 했을까. 분명히 다음에 또 닭칼국수가 생각나면 똑같이 마트로 달려갈 것 같긴 한데, 이 뒷정리의 피로감은 왜 매번 잊히지 않는 건지 모르겠다. 오늘 쓴 돈이나 시간이나, 그냥 맛집 한 곳 찾아가서 편하게 한 끼 해결하는 게 훨씬 합리적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이 계속 든다.

다음에는 그냥 사 먹어야지 다짐만 반복한다

아직도 찬장에 남은 밀가루 봉지를 보는데 괜히 쳐다보기가 싫다. 쭈꾸미 창업이나 찜닭 레시피 같은 검색어들이 가끔 포털 메인에 뜨는 걸 보면, 나처럼 집에서 뭔가 만들어 보려다 포기하고 정보를 찾는 사람들이 꽤 있는 모양이다. 창업 대출이나 복잡한 법적 절차까지 따지다 보면 식당 운영은 정말 예술의 영역이 아닐까 싶다. 나는 그냥 이렇게 가끔 집에서 땀 뻘뻘 흘리며 혼자 만족하고 마는 게 딱 맞는 것 같다. 오늘도 주방 정리를 끝내고 앉아있는데, 이상하게 내일 점심은 그냥 밖에서 사 먹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댓글 3
  • 생닭 사고 나서 냄비가 꽉 찼다는 게 가장 충격이었어요. 생각보다 닭 크기가 큰 문제였던 것 같아요.

  • 생칼국수 면 사서 끓이는 것도 괜찮지만, 닭 한 마리 사서 끙끙대고 겨우 만든 거라니... 생각만 해도 힘들어요.

  • 생닭 산 건 정말 후회되네요. 핏물 빼는 과정에서 냄비가 꽉 차는 걸 보면서, 처음부터 면사 사왔으면 훨씬 수월했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