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짜로 머리를 한다는 게 좀 솔깃하긴 했다
지나가다 보면 심심치 않게 보이는 블로그 체험단 모집 글들. 처음에는 그냥 남의 일인 줄 알았다. 맛집이나 카페 체험단은 가끔 나도 궁금해서 찾아보곤 했는데, 미용실 체험단은 좀 느낌이 달랐다. 머리카락은 한 번 망치면 돌이키기 힘든 건데, 이걸 생판 모르는 곳에 맡긴다는 게 사실 좀 무서운 일이다. 그래도 ‘미용실 체험단’이라는 키워드를 검색해 보면 꽤 그럴싸한 결과물이 많아 보이길래,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신청해 봤다. 그때는 그냥 단순히 공짜로 머리 커트나 펌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컸던 것 같다.
가이드라인을 읽다 보니 슬슬 귀찮아지기 시작했다
운 좋게(?) 선정이 되고 나니 업체 측에서 연락이 왔다. 대행사를 끼고 진행하는 곳이었는데, 보내준 가이드라인이 생각보다 길었다. 사진은 몇 장 이상 찍어야 하고, 중간중간 매장 전경이랑 시술 과정 사진이 꼭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게다가 키워드는 뭐를 써야 하고, 본문에 ‘이곳은 지원을 받아 작성된 글입니다’라는 문구도 빠뜨리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198만 원짜리 패키지를 쓰니 어쩌니 하는 광고 대행사들의 무서운 뉴스도 본 기억이 있어서 그런지, 뭔가 대가를 받고 정해진 틀 안에서 글을 쓴다는 게 생각보다 훨씬 숙제처럼 느껴졌다. 사진 촬영도 쉽지 않았다. 머리를 하는 와중에 카메라를 들고 구도를 잡는 건 정말이지 보통 일이 아니었다.
경산의 어느 미용실은 체험단을 아예 안 쓴다던데
글을 쓰다 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지금 하는 이 리뷰가 정말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까? 아니면 그냥 뻔한 광고성 글 하나를 더 보태는 걸까. 문득 검색하다 본 경산의 어떤 미용실은 체험단을 한 번도 안 쓰고 오직 실제 고객들의 손상모 복구 사진만 올린다고 했다. 그 글을 읽는데 왠지 마음이 찔렸다. 거기는 찐 실력으로 승부하는 것 같았는데, 나는 지금 체험단이라는 명목으로 광고글을 작성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런 고민을 하는 와중에도 마감 기한은 다가오고, 나는 결국 또 사진을 보정하고 있었다.
막상 포스팅을 올리고 나니 찜찜함이 남았다
결국 글을 다 작성해서 등록했다. 서비스는 나쁘지 않았고, 머리도 깔끔하게 잘 나왔다. 하지만 글을 올린 뒤에도 왠지 모르게 마음 한구석이 찝찝했다. 포스팅 하단에 들어간 작고 희미한 협찬 문구가 자꾸 신경 쓰였다. 검색하면 나오는 수많은 블로그 리뷰들이 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진 거라면, 도대체 뭘 믿고 가야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체험단을 통해 정보를 얻는 것도 좋지만, 한편으로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진짜를 가려내는 눈을 기르는 게 훨씬 더 어려운 일이라는 걸 깨닫게 된 시간이었다.
다음에 미용실을 간다면 그냥 내 돈 내고 갈 것 같다
결국 체험단도 일종의 마케팅 비용인데, 그 비용을 머리 시술 비용에 녹여내는 건지 아니면 서비스 질로 승부하는 건지 소비자 입장에서는 판단하기가 참 어렵다. 다음에 머리를 하러 갈 때가 되면, 아마 나는 체험단을 찾기보다 그냥 동네에서 입소문이 난 곳이나, 정말 묵묵히 자기 작업 사진만 올리는 미용실을 찾아갈 것 같다. 물론 그때는 내 지갑에서 오만 원, 육만 원이 나가겠지만, 적어도 포스팅 걱정 없이 편하게 머리를 맡길 수 있을 테니까. 오늘 쓴 이 글도 누군가에겐 광고로 보이겠지. 그런 생각을 하니 조금 씁쓸해진다.
경산 미용실 사례처럼, 진정성 있는 후기가 더 중요하겠네요. 사진 보정하는 시간도 만만찮아 보이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