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미 인 호텔의 정체 모를 매력
지난번 도쿄에 갔을 때 다들 도미 인 긴자 같은 비즈니스 호텔을 왜 그렇게 추천하는지 사실 좀 의아했다. 그냥 잠만 자는 곳인데 뭐가 그리 대단하다고 다들 대욕장 타령인가 싶었거든. 3박 4일 일정이었는데, 긴자에 있는 호텔은 확실히 위치는 좋더라. 근데 막상 체크인하고 들어가 보니 방은 정말 말 그대로 코딱지만 했다. 캐리어 하나 펼치기도 벅찬 그 좁은 공간에서 하루 종일 돌아다닌 발을 탕에 담그니 기분이 좀 묘하긴 하더라. 남들이 말하는 ‘피로가 싹 풀린다’는 느낌까지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찬 바람 맞다가 뜨끈한 물에 들어가니 한국 생각이 좀 나긴 했다.
야식 라멘 서비스가 불러온 비극
이 호텔의 하이라이트가 밤마다 주는 무료 야식 라멘이라고 하더라. ‘요나키 소바’라고 부르던데, 저녁 9시 30분부터 11시까지인가? 그 시간에 로비 식당으로 내려가면 공짜로 한 그릇을 준다는 거다. 처음엔 굳이 싶었다. 일본까지 와서 2,700원짜리 라멘도 아니고 호텔 무료 서비스 라멘을 먹으려고 굳이 시간에 맞춰 내려가야 하나 싶었거든. 근데 이게 사람이 참 간사한 게, 공짜라고 하니까 안 먹으면 손해 보는 기분이 드는 거다. 첫날은 씻고 나와서 귀찮아서 패스했는데, 둘째 날은 괜히 출출하기도 하고 궁금해서 내려가 봤다. 줄이 꽤 길더라. 다들 잠옷 바람으로 내려와서 눈 비비며 서 있는데, 나도 그 사이에 섞여서 20분 정도 기다렸나 보다.
이치란 라멘과 비교되는 묘한 기분
줄 서면서 생각했다. 내가 지금 뭐 하는 짓인가. 차라리 밖에 나가서 편의점 도시락이나 사 먹을걸. 정작 받은 라멘은 엄청 단순했다. 간장 베이스에 면 좀 들어간 게 전부였는데, 이게 뭐라고 그렇게 맛있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사실 일본 라멘 체인점들이 요즘 중국에서 로고 베끼기 논란도 있고, 어디는 줄 서다가 재료 소진으로 끊기기도 한다던데, 이런 작은 호텔 서비스가 훨씬 마음 편하고 효율적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유명 맛집 가서 1시간씩 기다리며 풍자처럼 ‘관짝 체험’ 하는 것보다는 이게 나은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한편으로는 내가 지금 여행 와서 호텔 식당 줄이나 서서 이런 라멘 한 그릇에 감동하고 있는 게 맞나 싶기도 해서 기분이 참 묘하더라.
다시 간다면 글쎄, 잘 모르겠다
마지막 날에는 굳이 또 내려가진 않았다. 너무 짜기도 했고, 줄 서서 기다리는 시간이 슬슬 지겨워지기 시작했거든. 3박 4일 내내 야식 라멘을 챙겨 먹는 사람들도 있던데, 나는 딱 한 번 경험해 본 것으로 족했다. 호텔 숙박비가 대략 1박에 20만 원 전후였던 것 같은데, 이 서비스가 포함된 가격이라고 생각하면 뭐 나쁘지 않은 구성 같기도 하다. 하지만 다시 도쿄에 간다면 또 이 호텔을 고집할지는 모르겠다. 대욕장에서 몸 녹이는 건 좋았지만, 야식 라멘을 먹기 위해 그 시간에 맞춰 내려가는 건 좀 더 고민해 볼 문제다. 여행은 역시 내 마음대로 흘러가는 게 제일인데, 호텔 서비스 시간에 내 일정을 맞추는 게 점점 숙제처럼 느껴졌다.
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이 정말 재밌네요. 저도 여행 중에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발견하는 순간들이 있거든요.
줄 서는 동안 진짜 배고팠었네요. 특히 둘째 날에 괜히 궁금해서 내려간 게 맞았어요.
줄 서서 라멘 먹는 모습 보니까, 잠깐의 휴식이라도 편하게 즐기는 게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