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냥 가까운 곳에서 대충 해결하려고 했다
어제 저녁에 친구들이랑 모란역 근처에서 술을 좀 마셨다. 평소라면 그냥 근처에서 어떻게든 해장을 하고 들어갔을 텐데, 어쩌다 보니 버스를 타고 상대원 쪽까지 넘어와 버렸다. 집 근처에 도착하니까 몸이 너무 피곤해서 더 멀리 나갈 기운도 없고, 딱히 갈 만한 곳도 떠오르지 않았다. 사실 상대원동이랑 금광동 이쪽이 맛집이라고 검색하면 방송에 나온 곳들은 좀 나오는데, 막상 가보면 너무 붐비거나 내 입맛에는 좀 과한 느낌이 들 때가 많다. 동생이랑 같이 사는데 우리 둘 다 요리에는 정말 재주가 없어서 저녁이나 주말은 거의 사 먹는 편이다. 근데 동네가 작아서 그런지 성남시 중원구 맛집을 검색해도 딱히 마음에 와닿는 정보가 별로 없어서 답답할 때가 많았다.
예상치 못한 우동집의 분위기
골목을 걷다가 눈에 띈 작은 우동집 하나가 있었다. 간판이 낡아서 영업을 하는 건지 마는 건지 조금 헷갈렸는데, 안을 들여다보니 몇 분이 이미 식사를 하고 계셨다. 가격은 7,000원에서 8,000원 사이였던 걸로 기억한다. 요즘 물가를 생각하면 그렇게 비싼 건 아니니까 그냥 속이나 달래자 싶어서 들어갔다. 생생정보 맛집인지 어딘지 방송에 나왔다는 팻말이 붙어 있었는데, 그런 걸 보고 들어가는 편은 아니지만 막상 앉아보니 왠지 기대감이 조금 생기는 것도 사실이었다. 가게 안은 아주 좁았고, 주방에서 나는 멸치 육수 냄새가 가게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생각보다 묵직했던 국물 맛
주문하고 한 15분 정도 기다렸나. 배가 고픈 상태여서 그런지 시간이 꽤 길게 느껴졌다. 처음에 국물을 한 숟가락 떠먹었을 때, 그냥 평범한 우동 국물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맛이 진했다. 멸치 향이 아주 강하게 났는데, 비린내라기보다는 좀 묵직한 느낌이었다. 면발은 기성품 면을 쓰는 것 같았지만 국물이 뜨끈해서 해장용으로는 괜찮았다. 옆 테이블에서 주문한 곱빼기 메뉴를 보니까 양이 정말 어마어마하더라. 나는 보통을 시켰는데도 다 먹고 나니 배가 불렀다. 사실 이 근처가 예전에 상대원공단에서 일하던 분들이 많았던 곳이라 그런지, 메뉴 구성이나 양이 푸짐한 느낌이 든다.
조금 아쉬웠던 점과 불편함
그런데 먹다 보니 조금 불편한 점도 있었다. 가게가 너무 좁아서 옆 사람과 거의 어깨를 맞대고 먹어야 하는 수준이었다. 의자도 좀 삐거덕거리고, 물도 셀프인데 정수기 위치가 안쪽 깊숙이 있어서 왔다 갔다 하기가 참 애매했다. 사장님은 친절하셨지만 정신이 없어 보이셔서 뭘 더 달라고 부탁하기가 괜히 미안한 분위기였다. 이런 게 동네 맛집의 묘미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어떨 때는 그냥 조용히 편하게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성남 벚꽃 9경에 상대원동 녹지대가 포함되어 있어서 봄에는 이 근처가 참 예쁜데, 평소에는 그냥 조용한 동네라 이런 작은 식당들이 전부인 것 같다.
다음에도 또 가게 될지는 모르겠다
다 먹고 나오니 밖은 벌써 어두워져 있었다. 속이 좀 풀리는 것 같아서 다행이었지만, 엄청나게 특별한 맛이냐고 묻는다면 사실 잘 모르겠다. 그냥 딱 그 가격만큼, 그 장소만큼의 맛이었다고 해야 하나. 돌아오는 길에 상대원 시장 쪽을 좀 둘러봤는데, 요즘은 블루베리 쌀케이크니 뭐니 해서 방송에 나오는 집들이 꽤 많은 것 같다. 다음에 동생이랑 다시 올지는 모르겠다. 집에서 밥 해 먹기가 귀찮을 때 급하게 한 끼 때우러 오기에는 나쁘지 않은데, 누군가를 데려오기에는 조금 망설여지는 그런 곳이다. 그냥 적당히 배부르고, 적당히 해장했다는 사실에 만족하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이게 뭐라고 글을 쓰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가끔은 이런 별거 없는 기억이 더 오래 남는 것 같다.
멸치 육수에서 느껴지는 깊은 맛이 정말 좋았어요. 저는 평소에 멸치 요리 먹을 때, 왠지 오래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듯한 느낌을 받곤 하거든요.
멸치 국물에서 그윽한 향이 정말 좋았어요. 집 근처에 이런 곳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