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판 없는 한옥 집을 찾아 헤매다
지난주에 양평 쪽으로 바람 쐬러 나갔다가 평소 궁금했던 ‘사각하늘’이라는 곳에 다녀왔다. 일단 입구부터가 좀 당황스러웠다. 간판이 정말 아예 없다. 내비게이션은 분명히 도착했다고 나오는데, 이게 식당인지 그냥 가정집인지 알 수가 없어서 한참을 서성거렸다. 북한강을 끼고 드라이브하다가 문호리 언덕 근처에서 차를 세웠는데, 알고 보니 거기가 맞더라. 1998년에 지어진 한옥이라 그런지 분위기는 차분하고 좋았지만, 처음 가는 사람 입장에서는 주차하고 나서도 여기가 영업 중인지 아닌지 확인하느라 꽤 애를 먹었다.
스키야끼 하나만 파는 뚝심
여기는 메뉴가 딱 하나다. 스키야끼. 보통 식당에 가면 고민하기 마련인데, 그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는 점은 편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게 맛없으면 진짜 어떡하지’ 싶은 불안함도 있었다. 가격대는 인당 4만원대 정도로 기억하는데, 요즘 웬만한 오마카세나 고기 무한리필집들 가격을 생각하면 싼 편은 아니다. 그래도 일본인 건축가가 지은 공간이라 그런지 건물 자체가 주는 힘이 있어서, 굳이 음식이 아니더라도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나쁘지 않은 경험이었다.
집에서 해 먹던 그 맛과는 왜 달랐을까
사실 얼마 전 집 근처 샤브샤브 가게에서 스키야끼 육수를 따로 주길래 대충 흉내 내서 먹어본 적이 있다. 그때 육수에 고기랑 야채를 넣고 끓였는데, 정말 형용할 수 없는 쓴맛이 올라와서 깜짝 놀랐다. 도저히 못 먹겠어서 다 남기고 나왔던 기억이 있는데, 사각하늘에서 먹은 맛은 확실히 달랐다. 쓴맛은커녕 간장 베이스의 적당한 달큰함과 고기 기름이 잘 어우러지는 느낌이었다. 집에서 할 때는 그냥 짠물에 고기를 데쳐 먹는 기분이었는데, 왜 그렇게 맛이 차이 나는 건지 곰곰이 생각해보게 됐다. 아무래도 사용하는 간장의 숙성도나 미림 같은 부재료의 비율 차이 때문이겠지만, 그 미묘한 한 끗이 집에서 재현하기는 참 어렵구나 싶더라.
다실에서의 말차 한 잔
식사를 마치고 별채 쪽으로 이동해서 말차 체험을 했다. 식당 안에 이런 다실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는 게 꽤 흥미로웠다. 차를 직접 타는 법을 알려주는데, 사실 나는 차 맛을 아주 잘 아는 편은 아니라서 그냥 뜨거운 물에 가루를 풀어 마시는 과정 자체가 조금 낯설고 신기했다. 한적한 시골 한옥 마당을 보면서 차를 마시니까 평소 쌓였던 피로가 조금 가시는 기분이 들긴 하더라. 그렇다고 드라마틱한 마음의 평화가 찾아온 건 아니고, 그냥 ‘아, 오늘 좀 여유 부리네’ 정도의 만족감이었다.
다시 가볼 것인가에 대한 고민
여길 다녀온 후에 든 생각은, 다시 가고 싶으냐고 묻는다면 조금 망설여질 것 같다는 점이다. 맛은 분명 깔끔하고 공간이 주는 특별함도 있지만, 예약부터 찾아가는 과정, 그리고 가격대를 고려하면 나에게는 아주 일상적인 코스가 되기는 어렵겠다 싶다. 사실 이 근처에 아구찜이나 가성비 좋은 고색동 맛집들을 찾아다니던 때랑 비교하면, 좀 더 격식 있고 조용한 분위기라 그런지 먹고 나서도 배가 완전히 부르다기보다는 마음이 좀 묘하게 남는 느낌이랄까. 다음번에는 좀 더 편한 사람들과 함께 와볼지, 아니면 그냥 가끔 생각날 때 혼자 조용히 머물다 갈지 아직 잘 모르겠다. 그냥 그날 마셨던 말차의 약간 떫은 뒷맛처럼, 기억 속에 조금은 미완성인 채로 남아있는 곳이다.
육수에 쓴맛이 나는 이유, 미림 비율 때문에 생각해보니 정말 공감되네요. 개인적으로 탕을 만들 때 재료의 비율이 맛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항상 놀라는 부분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