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기 몇 대 들여놓는다고 뭐가 달라질까 싶었다

오락기 몇 대 들여놓는다고 뭐가 달라질까 싶었다

처음에 무인 오락실을 생각했던 이유

작년에 집 근처 상가 자리가 비면서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처음에는 그냥 동네 꼬마들이나 지나가던 사람들이 가볍게 즐길 만한 작은 공간을 꾸며볼까 싶었다. 요즘은 어딜 가나 있는 뽑기샵이나 무인 사진관 같은 느낌으로 말이다. 굳이 사람을 상주시키지 않아도 돌아가는 구조라면 본업을 유지하면서도 무리가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중고 오락기 렌탈 업체들을 몇 군데 알아봤는데, 생각보다 초기 세팅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기계 한 대당 월 렌탈료가 10만 원에서 20만 원 사이였는데, 레이싱 게임기 같은 덩치 큰 녀석들은 부피도 크고 전기세도 꽤 나온다고 하더라. 차라리 저렴한 가정용 게임기를 몇 대 사서 배치할까 싶다가도, 내구성을 생각하면 결국 상업용 제품을 써야 한다는 게 문제였다.

자금 마련을 위해 알아본 조건들

사실 돈이 넉넉해서 시작한 건 아니었다. 소상공인진흥공단 대출 같은 걸 알아보면서 머리가 터지는 줄 알았다. 서민금융원 미소금융도 들여다봤는데 조건이 참 애매하더라. 내가 무직 상태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가게 매출이 바로 나오는 것도 아니라서 대출 한도를 확보하는 게 산 넘어 산이었다. 보험약관대출 한도는 너무 적어서 아예 고려 대상에서도 제외했다. 괴산군 같은 곳에서 지원하는 귀농 창업 자금은 연 2%라니 솔깃했지만, 내가 농사를 지을 상황은 아니었으니까 그림의 떡이었다. 결국 여기저기서 조금씩 끌어모으고 기존에 있던 여유 자금을 털어 넣었는데, 이때부터 마음이 좀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이게 과연 본전이라도 찾을 수 있을까 싶은 불안감이 문득문득 들었던 것 같다.

설치 후 마주한 예상치 못한 소음과 잔고장

막상 오락기를 들여놓고 나니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좁은 공간에 기계 5대를 밀어 넣으니 여름에는 열기가 대단했다. 에어컨을 풀가동해도 기계들이 내뿜는 열기 때문에 공간 자체가 찜질방 같았다. 게다가 버튼이 고장 나거나 조이스틱이 뻑뻑해지는 일은 거의 매주 발생했다. 퇴근하고 집에 가는 길에 잠깐 들러서 수리하는 게 일상이 됐는데, 처음 생각했던 ‘자동으로 돌아가는 무인 매장’과는 거리가 멀었다. 가끔은 야구 레슨장이라도 차릴 걸 그랬나 싶기도 했다. 적어도 거기서는 사람들이 자기 장비를 챙겨 오기라도 하니까 관리 포인트가 다를 것 같다는 엉뚱한 상상을 하곤 했다. 오락기는 사람들이 거칠게 다루면 금방 망가지는데, 고쳐놓으면 또 며칠 못 가 고장 나 있으니 힘이 빠질 때가 많았다.

대주주 책임론이나 거창한 사업 계획은 없었다

뉴스를 보면 대기업이나 큰 자본들이 채권자들과 갈등을 빚고 대주주가 어쩌고 하는 기사들이 나온다. 그런 거창한 경영 전략이나 책임론은 나 같은 작은 개인 사업자에게는 딴 세상 이야기다. 그저 하루 벌어 하루 운영비 메꾸는 게 전부니까. 그런데도 가끔은 이 작은 가게가 내 발목을 잡고 있다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대출받은 이자는 매달 꼬박꼬박 나가는데 매출은 들쭉날쭉하다. 어떨 때는 만 원도 못 벌어가는 날도 있다. 주위에서는 무슨 큰 사업이라도 하는 것처럼 물어보는데, 사실은 그냥 동네 오락기 주인일 뿐이다. 누군가는 창업 지원금을 받아서 규모를 키우라고 하지만, 지금 이 정도 관리하는 것도 벅차서 더 벌리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더 강하다.

아직도 답을 내리지 못한 고민들

운영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는데도 여전히 수익 구조가 불안정하다. 기계 렌탈 비용을 줄여보려고 아예 기계를 직접 사버릴까도 고민 중이다. 하지만 기계라는 게 언젠가 감가상각이 심해지면 애물단지가 될 게 뻔하다. 요즘은 차라리 그냥 다 정리하고 다시 깔끔하게 직장 생활만 할까 하는 생각도 자주 든다. 어제는 뽑기 기계 하나가 돈은 먹고 인형은 안 나와서 손님한테 항의 전화를 받았는데, 그 순간에 ‘내가 도대체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지’ 하는 자괴감이 들더라. 이런 게 사업인가 싶기도 하고, 단순히 취미 수준을 벗어난 고생길인가 싶기도 하다. 아직은 모르겠다. 그냥 내일도 오락기 고치러 가야 한다는 사실만 변함없을 뿐이다.

댓글 4
  • 좁은 공간에 다섯 개나 넣으니 진짜 찜질방 같더라고요. 저도 비슷하게 작은 가게 운영하면서 장비 관리 때문에 속 터지는 경험이 있었거든요.

  • 여름에 에어컨 가동해도 찜질방 같다는 게 진짜 공감되네요. 제가 전에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환기랑 냉방을 확실히 분리해야 할 텐데 싶어요.

  • 좁은 공간에 오락기 5대를 밀어 넣으니, 에어컨으로도 열기가 상당하더라고요. 마치 찜질방 같아서 오히려 불편했어요.

  • 뽑기 기계의 전기세 때문에 걱정이네요. 저도 비슷한 고민을 많이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