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릉 근처에서 점심 메뉴 고르다가 들어간 이름 없는 일식집

선릉 근처에서 점심 메뉴 고르다가 들어간 이름 없는 일식집

점심시간마다 반복되는 익숙한 고민

매번 점심시간만 되면 선릉역 주변을 빙글빙글 도는 게 일상이 됐다. 오늘은 팀원들이 다들 입맛이 없다고 해서 가벼우면서도 깔끔한 걸 먹자고 결론을 내렸다. 사실 ‘깔끔한 거’라는 말은 항상 위험하다. 그게 결국 일식집이나 샌드위치 가게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강남 일식 맛집이라는 키워드를 검색창에 넣었다가, 수많은 오마카세와 화려한 횟집 정보들에 압도되어 그냥 눈에 보이는 곳으로 발길을 돌렸다. 센터필드 근처를 지나가다 보면 워낙 깔끔한 식당들이 많지만, 매번 2만 원이 훌쩍 넘는 점심을 먹는 것도 사실 좀 부담스럽긴 하다.

우연히 들어간 가게의 평범한 풍경

결국 들어간 곳은 역삼역 점심 메뉴를 파는 평범해 보이는 일식집이었다. 이름은 기억도 잘 안 나는데, 외관에 ‘숙성회’라는 글자가 붙어 있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메뉴판을 훑었다. 런치 세트가 1만 5천 원에서 2만 원대 사이였는데, 이 정도면 강남 물가치고는 뭐 평범한 수준인가 싶기도 하고. 옆 테이블에서는 킹크랩이나 대게 같은 걸 먹는지 비린내가 살짝 섞인 향이 났는데, 낮부터 거하게 먹기는 조금 부담스러워서 그냥 무난하게 초밥 정식을 시켰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그런지 주문하고 나서 음식이 나올 때까지 20분이 넘게 걸렸다. 핸드폰으로 뉴스만 계속 들여다보다가 지쳐갈 때쯤 식사가 나왔다.

회와 밥의 미묘한 온도 차이

솔직히 말하면 맛은 그냥 그랬다. 기대했던 찰진 식감은 아니었고, 밥알이 조금 푸석했다. 선릉역 인근 일식집을 검색하면 나오는 ‘스시산원’이나 유명한 오마카세 집들과 비교하면 당연히 부족한 게 맞지만, 그래도 이 가격에 이 정도 서비스면 그냥저냥 넘길 만했다. 문제는 와사비 양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간장에 와사비를 너무 많이 풀었더니 코가 찡해서 눈물이 핑 돌았다. 옆에 있던 후배는 아무렇지 않게 먹는데 나만 호들갑을 떠는 것 같아서 괜히 민망했다. 입안이 알싸한 상태로 회를 몇 점 집어 먹으니 이게 무슨 맛인가 싶기도 했다.

다음에는 조금 더 고민해봐야겠다

밥을 다 먹고 나오니 1시간이라는 점심시간이 거의 다 지나가 있었다. 계산하고 나오는데 사장님이 바쁘게 전화를 받고 계셨다. 저녁에 킹크랩 예약이 들어온 모양이다. 강남 한복판에서 대게나 킹크랩을 먹으려면 예산이 꽤 많이 들 텐데, 누가 이렇게 낮부터 예약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계산서에 찍힌 금액을 보니 오늘 점심은 1만 8천 원이었다. 사실 회사 근처 백반집에서 9천 원짜리 김치찌개를 먹는 게 훨씬 만족도가 높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식당을 나와서 다시 사무실로 들어가는 길, 선릉역 4번 출구 쪽으로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괜히 나만 더 피곤한 기분이었다. 내일 점심은 그냥 구내식당에서 먹을까 싶기도 한데, 아마 내일도 똑같은 고민을 하면서 헤매고 있을 것 같다.

해결되지 않은 찝찝함

다 먹고 나서 생각해보니, 내가 왜 굳이 그 돈을 주고 퀄리티가 애매한 초밥을 먹었나 싶다. 차라리 조금 더 걸어서 더 맛있는 집을 찾아볼걸 그랬나 싶다가도, 귀찮아서 그냥 들어간 내가 문제지 싶다. 일식이라는 게 참 오묘하다. 어떤 날은 정말 깔끔하고 만족스러운데, 또 어떤 날은 이렇게 다 먹고 나서도 왠지 허전한 느낌이 든다. 가격은 2만 원 아래라 적당했지만, 그렇다고 가성비가 좋았다고 하기엔 뭔가 부족한 기억. 내일은 좀 더 확실한 메뉴를 찾아야 할 텐데, 벌써부터 숙제 같은 기분이 든다.

댓글 1
  • 와사비를 그렇게 많이 넣으셨다니, 저도 혹시 잘못 풀었나 싶더라고요. 회랑 밥 온도 차이도 흥미로운 관찰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