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창동 골목에서 세 번째로 실패한 점심 메뉴 고르기

북창동 골목에서 세 번째로 실패한 점심 메뉴 고르기

어쩌다 보니 또 북창동 골목을 서성이고 있다

점심시간만 되면 왜 이렇게 결정 장애가 오는지 모르겠다. 어제는 팀장님 따라 이름도 기억 안 나는 찌개 집에 갔다가 된장찌개에 소금 한 바가지를 쏟은 듯한 맛 때문에 고생했는데, 오늘도 또 북창동 골목이다. 시청역 근처에서 일한 지 꽤 됐는데도 이 동네는 참 미로 같다. 사람들은 점심 먹으러 나올 때 다들 어디를 향해 그렇게 바쁘게 걷는지, 나만 혼자 방향을 못 잡고 배회하는 기분이다.

애성회관 곰탕집 앞의 그 긴 줄

북창동 맛집이라고 검색하면 제일 먼저 나오는 게 애성회관이다. 저번에 한번 가보려고 점심시간 10분 전에 나왔는데, 이미 가게 밖으로 줄이 한 블록은 이어져 있더라. 곰탕 한 그릇에 1만 원대였던가, 가격은 나쁘지 않았던 것 같은데 20분 넘게 기다릴 체력은 없어서 바로 포기했다. 옆에 있던 다른 국밥집으로 발길을 돌리긴 했는데, 거기도 뭐 딱히 기억에 남는 맛은 아니었다. 사람들이 왜 그렇게 줄을 서서까지 먹는지 가끔 궁금하긴 한데, 배고픈 상태에서는 그냥 자리가 빈 곳이 제일 좋은 맛집이라는 생각이 든다.

골목 구석진 곳의 미묘한 냄새

사실 북창동 골목 안쪽은 생각보다 쾌적하지는 않다. 칼국수 골목이나 갈치조림 골목 쪽으로 들어가면 음식 냄새랑 사람이 엉켜서 정신이 하나도 없다. 얼마 전에는 길가에 쌓인 플라스틱 컵이랑 음식 쓰레기 때문에 냄새가 좀 나서 당황스러웠다. 관광객들도 많이 오는 곳이라 그런지 골목 환경 관리가 조금 아쉬울 때가 많다. 시청역 근처 직장인들이야 매일 다니는 길이라 그러려니 하지만, 처음 오는 사람들은 좀 놀라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결국 오늘도 그냥 눈에 띄는 집으로 들어갔다

고민하다가 결국 그냥 눈앞에 보이는 콩국수 집에 들어갔다. 메밀국수 9천 원, 콩국수 9천5백 원. 가격은 무난하다. 김치 맛이 괜찮아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밥이랑 면을 조금 추가할 수 있는 시스템인 것 같은데, 사실 너무 배가 고파서 들어온 거라 뭘 먹든 상관없다는 마음이었다. 음식이 나오고 나서는 허겁지겁 먹느라 이게 맛집인지 아닌지 음미할 시간도 없었다. 먹고 나오니 1시가 넘었고, 커피 한 잔 사서 사무실로 돌아가는 길이 왜 이렇게 짧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내일은 제발 메뉴 고민 안 하고 싶다

내일은 팀원들이 메뉴를 좀 정해줬으면 좋겠다. 매번 ‘뭐 먹을까요?’라고 묻는 것도 이제는 일이다. 딱히 먹고 싶은 게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실패하지 않는 메뉴만 선택하고 싶은데 그게 왜 이렇게 어려운지. 북창동에 맛집이 많다고는 하는데, 정작 내 점심시간은 왜 항상 2% 부족한 느낌으로 끝나는 건지 알 수가 없다. 다음에는 좀 더 여유 있게 나와서 다른 골목을 뚫어봐야지 싶다가도, 결국 내일 점심시간이 되면 또 익숙한 곰탕집이나 칼국수 집 앞에 서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