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획은 거창했으나 동네를 벗어나지 못했다
주말 저녁에는 왠지 근사한 곳에 가서 먹어야 할 것 같다는 압박이 있다. SNS에서 본 화려한 비주얼의 음식점들을 뒤적거리다 보면 결국 예약이 꽉 찼거나, 차를 가지고 이동하기에 너무 멀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이번 주말도 그랬다. 울산 태화동이나 남구청 근처에 새로 생겼다는 맛집들을 찾아볼까 싶어 지도를 켜봤지만, 이미 저녁 6시가 넘은 시간이라 어디를 가든 대기 줄이 길 것 같았다. 결국 집에서 가까운 방배역 주변을 서성이다가 왠지 모르게 익숙한 대패삼겹살집으로 발길을 옮겼다. 사실 이런 곳이 마음은 제일 편하다. 고급스러운 돌돔을 맛보는 여행 예능 속 장면 같은 식사는 아니지만, 지글거리는 불판 앞에 앉아 있으면 왠지 하루의 피로가 씻기는 기분이 든다.
1인분에 4천원, 가격표를 보며 안도했다
들어가자마자 메뉴판을 봤다. 요즘 물가가 워낙 오르다 보니 웬만한 식당은 1인분에 1만 5천 원을 훌쩍 넘기기 일쑤인데, 이곳은 대패삼겹살 1인분에 4,500원이라는 가격이 적혀 있었다. 물론 양이 많지는 않아서 둘이서 5인분은 기본으로 시켜야 하지만, 그래도 3만 원대면 배불리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이 묘하게 안심이 되었다. 예전에는 이런 곳보다 분위기 좋은 룸 식당이나 깔끔한 곳을 선호했는데, 요즘은 그냥 연기 자욱해도 빨리 구워져서 금방 먹을 수 있는 곳이 최고라는 생각이 든다. 사당 근처에 있는 룸 식당을 예약할까 고민했던 내 노력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기다림의 미학보다 빠른 서빙이 좋다
주문한 고기가 나오기 전까지 밑반찬이 깔리는 속도가 아주 마음에 들었다. 파무침과 김치, 그리고 얇게 썰린 고기가 3분도 채 되지 않아 테이블에 올라왔다. 사실 고기를 굽는 과정은 늘 귀찮다. 뒤집어야 하고, 태우지 않으려 신경 써야 하고, 기름이 튀면 옷에 냄새가 밸까 봐 앞치마를 찾는 번거로움도 있다. 그런데도 왜 사람들은 굳이 고깃집을 찾을까. 아마도 집에서는 흉내 낼 수 없는 화력 때문이 아닐까 싶다. 집에서 구우면 왜 이런 맛이 안 나는지 모르겠다. 1인분씩 추가할 때마다 종업원분을 부르는 게 조금 눈치 보이긴 했지만, 그래도 익숙한 동네 식당이라 그런지 크게 신경 쓰이지는 않았다.
다이어트 고민은 내일의 나에게
식사를 하며 건강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 요즘 아침마다 샐러드를 챙겨 먹으려고 노력하는데, 이렇게 저녁에 기름진 고기를 먹고 나면 ‘아, 오늘 아침의 노력이 이렇게 끝나는구나’ 하는 약간의 자책감이 든다. 인터넷에는 아침저녁으로 채소를 곁들이고 통밀빵을 먹으라는 조언이 넘쳐나지만, 불판 위의 삼겹살 앞에서는 그런 정보들이 다 무용지물이다. 차라리 이렇게 맛있게 먹고 내일 조금 더 걷는 게 정신건강에는 좋을 것 같다는 타협을 한다. 그래도 믹스커피는 참아야지 생각하면서도 식당 입구에 있는 자판기를 자꾸 쳐다보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특별할 것 없지만 그래서 더 편안한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밤공기가 꽤 차가워졌다. 대단한 미식 경험도 아니었고, 특별한 이야기가 오간 것도 아니었다. 그저 얇은 고기를 굽고, 파무침을 곁들여 먹고, 된장찌개로 입가심을 한 게 전부다. 때로는 화려한 여행지에서의 식사보다 이런 동네에서의 평범한 식사가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굳이 예약 전쟁을 치르지 않아도 되고, 옷에 고기 냄새가 배든 말든 편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 다음번에는 좀 더 새로운 곳을 가봐야지 하면서도, 아마 다음 주말에도 똑같은 식당의 익숙한 테이블에 앉아 있을 것 같다. 아직도 사당 근처에 새로 생겼다는 그 룸 식당은 가보지 못했지만, 당분간은 지금처럼 이렇게 익숙한 곳들이 조금 더 편하게 느껴질 것 같다.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는 에너지를 줄이는 것만으로도 주말의 피로가 절반은 줄어드는 기분이다.
파무침에 파절음이라는 단어가 생각나네요. 밥에 비벼 먹어도 맛있을 것 같아요.
처음엔 기름 튀는 거 때문에 좀 스트레스였는데, 파무침이랑 김치 덕분에 훨씬 편안하게 먹을 수 있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