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체험단 제안 메시지가 쏟아지던 날
최근 블로그를 조금씩 다시 건드리다 보니 쪽지함이 꽤 시끄러워졌다. 펜션 체험단부터 화장품, 제주도 여행지까지 항목도 다양하다. 예전에는 이런 제안을 받으면 왠지 내가 블로그로 인정받는 것 같아서 마냥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제안을 볼 때마다 오히려 머리가 복잡해진다. 얼마 전에는 합정 근처의 한 식당에서 연락이 왔다. 3만 원 상당의 식사권을 제공해 줄 테니 리뷰를 써달라는 내용이었다. 처음에는 공짜로 밥을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혹했는데, 막상 가려니 괜히 숙제가 하나 더 생기는 기분이었다.
메뉴판 앞에서 느껴지는 묘한 책임감
결국 고민 끝에 그 식당에 다녀왔다. 그런데 막상 도착해서 메뉴판을 들여다보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보통 내 돈 주고 밥을 먹을 때는 정말 먹고 싶은 메뉴를 고르면 그만이다. 그런데 체험단으로 오니 사진을 예쁘게 찍어야 한다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가장 비싸고 화려해 보이는 세트 메뉴를 살피게 됐다. 결국 2만 5천 원 정도 하는 모둠 생선구이 정식을 시켰다. 옆 테이블은 그냥 순댓국 한 그릇씩 시켜서 편하게 먹고 있는데, 나는 카메라를 꺼내 각도를 맞추느라 정작 음식은 식어가고 있었다. 밥을 먹는 건지 일을 하는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검색 결과와 실제 식당 분위기의 차이
사실 그 집을 가기 전에 네이버 리뷰를 엄청나게 검색했다. ‘오늘의 맛집’이니 ‘줄 서서 먹는 곳’이니 하는 수식어가 가득했다. 그런데 막상 가서 보니 손님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고, 오히려 너무 조용해서 셔터 소리가 크게 들릴까 봐 눈치가 보였다. 온라인상의 화려한 마케팅 문구와 내가 앉아 있는 현실 사이의 간극이 너무 컸다. 사장님은 친절하셨지만, 내가 나중에 써야 할 리뷰에 담길 ‘과장된 칭찬’들이 갑자기 부끄러워졌다. 이게 정말 내가 느끼는 맛일까 아니면 제공받은 서비스에 대한 예의일까 고민이 됐다.
매출과 리뷰 사이의 이상한 평행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예전에 식당을 운영하던 지인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리뷰는 엄청나게 쌓이는데 매출은 왜 그대로일까?” 그 말이 뼈아프게 다가왔다. 다들 나처럼 체험단으로 와서 사진 몇 장 찍고, 적당히 좋은 말을 골라 쓰고 가는 건 아닐까. 사람들은 진짜 맛집을 찾고 싶어 하는데, 정작 인터넷에는 이런 식의 ‘리뷰 숙제’들만 넘쳐나는 것 같아서 마음 한구석이 찝찝했다. 내가 쓴 리뷰가 누군가에게는 정말로 도움이 되는 정보일지, 아니면 그냥 검색 결과의 숫자만 늘려주는 쓰레기가 될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다시는 체험단 신청을 하지 않기로 했다
결국 다음 날 리뷰를 완성해서 올리긴 했다. 나름대로 정성을 다해 사진도 보정하고 글도 길게 썼다. 그런데 글을 올리고 나니 오히려 더 허탈했다. 다음 주에는 친구랑 홍대 근처에서 순대국을 먹기로 했는데, 이번에는 절대 카메라를 챙기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가끔은 내가 돈을 내고 먹는 식당이 훨씬 편안하다. 맛이 없으면 그냥 투덜거리고, 맛있으면 다음에 또 오면 그만이다. 기록이라는 명목하에 내 소중한 한 끼를 마케팅의 일부로 소모해버린 건 아닌지 아직도 조금 찜찜한 기분이 남는다.
온라인 리뷰 때문에 식당 분위기랑 너무 달라서 오히려 더 아쉬웠네요. 저도 가끔 그런 경험 할 때마다 좀 그랬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