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리역 근처에서 고기 굽다가 든 생각들

서정리역 근처에서 고기 굽다가 든 생각들

서정리역 근처 고깃집에서 보낸 평일 저녁

지난주 평일에 갑자기 고기가 너무 먹고 싶어서 퇴근하자마자 서정리역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사실 예전에는 역 근처라면 무조건 시끄럽고 사람 많아서 피하는 편이었는데, 요즘은 그냥 가까운 곳이 최고라는 생각이 자꾸 든다. 역에서 걸어서 한 5분 거리쯤에 있는 고깃집에 들어갔는데, 생각보다 훨씬 조용해서 오히려 조금 당황했다. 평일 저녁이라 그런지 사람이 별로 없어서 사장님이 너무 관심을 가져주시길래, 괜히 혼자 뻘쭘해져서 메뉴판을 한참 들여다봤다. 소갈비 1인분에 2만 원 중반대였던 것 같은데, 요즘 물가가 워낙 오르다 보니 이제는 이 가격이 비싼 건지 적당한 건지 감도 잘 안 잡힌다. 그냥 적당히 배 채우고 집에 가자는 마음으로 주문을 마쳤다.

철판에 굽는 고기는 왜 집에서 하면 그 맛이 안 날까

직원분이 철판에 고기를 올려주시는데, 지글거리는 소리가 들리니까 그제야 좀 안심이 됐다. 사실 나는 고기를 굽는 과정보다 그냥 다 구워진 걸 먹는 걸 좋아하는데, 여기는 그래도 처음부터 끝까지 조금씩 도와주시는 편이라 다행이었다. 집에서 프라이팬에 구우면 항상 겉은 타고 속은 덜 익거나, 아니면 기름이 사방으로 튀어서 나중에 설거지할 때 정말 스트레스받는데 말이다. 철판 코스요리 같은 고급스러운 느낌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고기 굽는 장비가 다르긴 한 것 같다. 옆 테이블에는 가족 단위 손님이 왔는데, 안양에서 가족 모임 장소 찾는 게 어렵다는 이야기를 나누는 게 들렸다. 그 말을 듣고 보니 나도 다음엔 부모님 모시고 어디를 가야 하나 문득 고민이 됐다.

메뉴판 너머의 고민과 사소한 불편함

음식을 먹으면서 문득 든 생각인데, 왜 식당들은 메뉴판에 가격을 이렇게 복잡하게 적어놓는 걸까. 100g당 가격이랑 실제 판매 가격이 달라서 가끔 헷갈릴 때가 있다. 물론 가게 입장에서도 고민이 많겠지만, 손님 입장에서는 직관적이지 않아서 매번 물어보기도 좀 그렇다. 고기 맛은 솔직히 무난했다. 엄청나게 맛집이라고 말하기엔 뭔가 부족하고, 그렇다고 맛없다고 하기엔 충분히 배부른 그런 맛. 먹다 보니 기름기가 좀 많아서 나중에는 좀 느끼했는데, 냉면을 추가하자니 너무 배가 부를 것 같아서 그냥 꾹 참았다. 이런 사소한 결정을 내리는 게 왜 이렇게 매번 고민되는지 모르겠다. 사실 그냥 추가하면 될 일인데, 나중에 후회할까 봐 먹는 흐름을 끊어먹는 것 같다.

낯선 곳에서의 식사가 주는 피로함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밤공기가 꽤 선선했다. 서정리역으로 다시 걸어가는데, 낮에 볼 때랑은 또 분위기가 달라서 조금 낯설었다. 부천시청 근처나 압구정역 맛집 거리를 갈 때랑은 또 다른 느낌이다. 거기는 뭔가 항상 사람이 붐비고 활기찬데, 여기는 좀 더 주거지에 가까운 느낌이라 조용해서 좋다. 다만, 가끔은 이런 조용한 동네 맛집이 너무 익숙해져서 다른 새로운 곳을 찾아가는 게 귀찮아질까 봐 걱정도 된다. 맛집이라고 소문난 곳들 줄 서서 기다리는 것도 이제는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영 힘들다. 오늘 먹은 소갈비가 엄청나게 기억에 남는 맛은 아니지만, 그냥 평일 저녁에 혼자 조용히 고기를 굽고 왔다는 사실만으로도 하루가 마무리되는 기분이다.

아직 풀지 못한 숙제들

다음에 또 이런 고깃집을 가게 된다면, 그때는 좀 더 당당하게 물어보고 주문할 수 있을까. 사실 고기 굽는 거 지켜보는 것도 나름의 재미가 있지만, 너무 옆에서 지켜보고 계시면 나도 모르게 긴장하게 된다. 누군가는 이런 게 서비스라고 하겠지만, 가끔은 그냥 내버려 두는 게 제일 좋은 서비스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사장님한테 맛있다고 말하고 나오긴 했는데, 사실 영혼 없는 인사였을지도 모른다. 뭐 어쨌든 배는 부르니 다행이다. 다음에는 정릉 쪽이나 다른 동네에 가서 또 비슷한 고민을 하면서 밥을 먹게 되겠지. 어딜 가나 식당 고르는 게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 같다. 특별한 맛집을 찾겠다는 욕심을 버리면 마음이 좀 편해지려나.

댓글 4
  • 소갈비 가격이 너무 올라서 고민되네요. 저도 가끔은 혼밥에 익숙해져서 새로운 곳을 찾기가 망설여질 때가 있어요.

  • 저도 비슷한 경험 있어요. 메뉴 가격 비교하다가 혼 좀 많이 냈거든요.

  • 소갈비랑 냉면 고민 진짜 공감해요. 메뉴판 가격 확인하는 것도 귀찮아지고, 뭘 추가할지 결정하는 게 점점 더 복잡해지는 것 같네요.

  • 가격표가 복잡해서 오히려 더 혼란스러워지는 것 같아요. 저도 가끔 메뉴판만 보고 주문할 때 고민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