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말 서현역 근처에서 주차 공간을 찾다가 지쳐버린 이유
주말 점심 시간대의 분당 서현동은 갈 때마다 묘한 피로감을 준다. 도로 양옆으로 불법 주차된 차들과 끊임없이 꼬리를 무는 버스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다 보면, 밥을 먹기도 전에 벌써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원래는 대충 혼밥식당 같은 곳에서 조용히 한 끼 때우고 들어갈 생각이었다. 삼평동맛집 리스트를 뒤적거리다가 결국 예전에 지인이 맛있다고 했던 서현역 근처의 모밀집 ‘그집’이 떠올라 방향을 틀었다. 분당서현맛집으로 꽤 오랫동안 이름을 올린 곳이라는데, 매번 지나치기만 했지 직접 가보는 건 처음이었다. 날이 더우니 시원한 판모밀이나 한 그릇 뚝딱 비우고 나오면 딱 좋겠다는 단순한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 골목으로 접어드는 순간부터 나의 생각은 완전히 빗나갔다. 사방에서 경적 소리가 울리고 보행자들은 차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지나다니고 있었다. 이 좁고 복잡한 길을 굳이 차를 몰고 들어온 스스로가 원망스럽기 시작했다.
소바 한 그릇 먹으려고 이 좁은 지하주차장까지 내려왔나 싶을 때
건물 지하 주차장 입구는 초보 운전자라면 진입조차 꺼려질 만큼 좁고 가팔랐다. 내려가는 통로 벽면에 가득한 긁힌 자국들이 그간의 험난한 역사를 말해주는 듯했다. 지하 2층까지 내려가서야 겨우 빈자리를 하나 찾았는데, 기둥 옆이라 문을 열고 내리기도 곤혹스러웠다. 판모밀 한 그릇에 10,000원, 그리고 같이 곁들일 만두가 6,000원 정도였으니 가격 자체가 엄청 부담스러운 건 아니었다. 하지만 차를 대고 낡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서 있자니, 고작 이 국수 몇 가닥을 먹으려고 이 난리를 피워야 하나 하는 자괴감이 살짝 밀려왔다. 심지어 엘리베이터는 층마다 서며 삐걱거리는 소리를 냈고, 안에는 후텁지근한 열기가 가득했다. 매장에 들어가기 전부터 이미 온몸이 땀으로 끈적거리기 시작했다.
판교 현대백화점 지하 푸드코트와 비교했을 때 느껴지는 묘한 번잡함
문득 지난주에 갔던 판교현백맛집 코너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거기도 주말이면 사람이 미어터지고 주차장 진입로에 차들이 길게 줄을 서서 꼼짝도 안 하기는 마찬가지지만, 적어도 주차 칸 자체가 넓고 내부가 쾌적해서 내릴 때 문콕 걱정은 덜하다. 반면 서현역 인근의 이 오래된 상가 건물들은 지하주차장 통로가 너무 좁아서 바퀴를 긁어먹기 딱 십상이다. 이런 번잡함에 치이다 보니 문득 지난달에 갔던 한적한 경기광주카페나 퇴촌맛집의 넓은 마당 주차장이 그리워지기도 했다. 도심 한복판에서 맛집을 찾아다니는 건, 맛이라는 보상 하나를 얻기 위해 너무 많은 자잘한 스트레스를 지불해야 하는 거래 같다. 삼평동맛집 밀집 구역처럼 주말에 직장인들이 빠져나가 비교적 한산해지는 곳으로 갈 걸 그랬나 하는 후회가 뒤늦게 밀려왔다.
기대보다 평범했던 만두와 끈적한 여름날의 웨이팅
매장 앞에 도착하니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앞에 한 8팀 정도가 서 있었는데, 대기 시간은 한 25분 정도 걸린다고 했다. 회전율이 빠른 편이라고는 하지만 뙤약볕이 내리쬐는 상가 복도에서 마냥 기다리는 건 생각보다 고역이었다. 차례가 되어 들어가 앉자마자 판모밀 두 개와 찐만두 하나를 주문했다. 만두는 얇은 피에 고기소가 비치는 스타일로 금방 서빙되었다. 한 입 베어 무니 육즙이 살짝 나오긴 했지만, 솔직히 와 정말 특별하다 싶을 정도의 맛은 아니었다. 시장에서 흔히 먹을 수 있는 잘 만든 만두 수준이었다. 이어서 나온 판모밀은 쯔유 소스에 파와 무즙을 듬뿍 넣고 면을 적셔 먹는 방식이었는데, 국물은 확실히 달짝지근하면서도 감칠맛이 돌았다. 하지만 면발의 쫄깃함이나 메밀의 향이 엄청나게 강렬하지는 않았다. 그냥 무난하게 시원하고 짭조름한 맛에 후루룩 넘어가는 그런 느낌이었다.
결국 다음에는 조금 한적한 율동공원 쪽으로 차를 돌릴 것 같다
식사를 마치고 다시 그 컴컴하고 좁은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와 차를 빼는 과정도 영 순탄치 않았다. 통로 한쪽에 아슬아슬하게 이중 주차된 차량 때문에 운전대를 몇 번이나 고쳐 잡으며 앞뒤로 왔다 갔다 해야 했다. 주차 차단기 앞에서 사전 정산이 안 되어 호출 버튼을 누르고 관리인과 실랑이를 벌이는 뒷차의 모습을 보면서 내 차례가 다가올 때마다 묘한 긴장감이 돌았다. 밥 한 끼 먹으려다 주말 오후의 평화로움을 다 깎아 먹은 느낌이다. 다음번에 또 주말에 외식을 해야 한다면, 맛은 조금 평범할지언정 주차가 한결 수월한 율동공원맛집 소월곰탕 같은 곳으로 가거나 차라리 집에서 대충 배달을 시켜 먹는 편이 속 편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서현역 골목을 빠져나와 대로변으로 진입했을 때야 비로소 참았던 한숨이 푹 나왔다. 다음에는 진짜 대중교통을 타고 나오던지 해야지, 주말 분당 운전은 매번 다짐하면서도 또 까먹고 후회하게 만드는 마법이 있다.
판모밀 생각은 좋았는데, 차로 들어가는 순간부터 혼란스러웠네요.
판모밀 먹으려고 했는데, 엘리베이터 기다리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특히 햇볕 아래서 오래 서 있으니까 더 지치더라고요.
만두집 기다림 진짜 😩 판모밀은 맛있었는데, 주차 때문에 기운 빠지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