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년취업의 대안으로 요식업 창업을 고민하게 된 배경
회사에서 명예퇴직을 하고 나서 남편은 한동안 멍하니 지냈다. 나이 쉰을 앞두고 새로 이력서를 써서 어디든 들어가 보려고 했지만, 현실적으로 중년취업의 문턱은 생각보다 훨씬 높았다. 경력을 살려 재취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고, 그렇다고 마냥 놀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남편은 매일 밤 컴퓨터 앞에서 구인 구직 사이트를 뒤적거리다가 어느 날 갑자기 외식업 창업 이야기를 꺼냈다. 요즘 뜨는음식들을 찾아보더니, 고깃집이나 곱창프랜차이즈처럼 냄새나고 몸이 고된 것보다는 조금 깔끔하게 할 수 있는 브런치카페나 파스타전문점 같은 게 어떠냐는 식이었다. 요리를 아주 못하는 편도 아니니, 레시피만 제대로 배우면 어떻게든 굴려볼 수 있지 않겠냐는 다소 막연한 희망을 품고 있었다. 솔직히 나는 요식업의 ‘요’ 자도 모르는 사람이 덜컥 가게를 열었다가 퇴직금만 다 날리는 게 아닐까 덜컥 겁이 났지만, 그렇다고 기죽어 있는 남편에게 무작정 안 된다고만 할 수도 없었다. 결국 직접 돌아다니며 시장조사라도 해보자는 심정으로 요즘 잘나간다는 매장들을 몇 군데 찾아가 보기로 했다.
수원 광교 카페거리에 있는 브런치 매장의 실제 대기 상황과 첫인상
우리가 주말을 이용해 찾아간 곳은 수원 광교 카페거리 골목 안쪽에 위치한 ‘그린테이블 브런치’라는 곳이었다. 대중교통으로 가기에는 다소 애매해서 상현역에서 내려 지도를 보며 15분 넘게 걸어 올라가야 했다. 주말 오전 11시 반쯤 도착했는데, 이미 매장 앞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리니 우리 앞에 대기가 5팀이나 밀려 있었다. 매장 안은 세련된 인테리어에 환한 햇살이 들어오고 있었지만, 대기하는 공간은 좁고 마땅치 않아서 우리는 골목길 모퉁이에 서서 바람을 맞으며 45분 동안 기다려야 했다. 스마트폰을 보며 대기 순서를 확인하는 동안 남편은 매장에 드나드는 손님들의 연령대나 회전율을 나름대로 분석하는 듯했지만, 내 눈에는 그저 추운 날 길바닥에서 기다리는 피곤함만 느껴질 뿐이었다. 드디어 차례가 되어 안으로 들어섰을 때, 매장 안의 소음과 복잡한 열기가 한꺼번에 밀려왔다. 겉에서 보던 여유로운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게, 직원들은 바쁘게 뛰어다니고 주방 안은 정신없이 돌아가는 모습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햄버거번과 아보카도로 구성된 메뉴의 가격대와 마진율 생각
메뉴판을 펼치니 가격이 상당히 비쌌다. 아보카도 오픈 샌드위치가 17,500원이었고, 햄버거번 사이에 스크램블 에그와 치즈를 넣은 버거가 16,000원이었다. 여기에 커피 두 잔을 추가하니 2인 식사 비용으로 순식간에 4만 원이 훌쩍 넘어갔다. 서빙된 음식을 가만히 살펴보니 구성 자체는 그렇게 대단해 보이지 않았다. 마트에서 쉽게 살 수 있는 햄버거번과 냉동 아보카도 슬라이스, 그리고 흔한 계란과 루콜라 몇 잎이 전부였다. 집에서도 대충 흉내 낼 수 있을 것 같은 비주얼인데도 왜 이렇게 비싼지 이해가 가질 않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재료비 대비 마진율이 꽤 높지 않을까 하는 장사꾼 같은 생각이 들었다. 남편은 샌드위치를 칼로 썰면서 “이 정도면 마진이 70%는 남겠다”며 소곤거렸지만, 나는 그 접시 하나에 담긴 임대료와 인건비, 그리고 프랜차이즈 수수료를 생각하면 과연 남는 게 많을지 의문이 생겼다. 음식을 먹는 내내 맛을 음미하기보다는 이 접시의 원가가 얼마일지, 하루에 몇 접시를 팔아야 유지가 될지를 계산하느라 머리가 지끈거렸다.
일반 파스타전문점이나 다른 양식 매장과의 운영 방식 비교
우리는 밥을 먹으며 일반적인 파스타전문점과 브런치 매장의 운영 방식 차이에 대해 속닥거렸다. 동네에 흔한 파스타전문점들은 면을 삶고 화구를 세 개씩 쓰며 소스를 졸이는 불 작업이 많아서 주방 난이도가 꽤 높아 보였다. 그에 비해 브런치는 비교적 불을 덜 쓰고 오븐이나 그릴에 빵을 굽고 샐러드를 플레이팅하는 수준이라 초보자가 접근하기에 쉬워 보이는 면이 있었다. 하지만 매장을 유심히 관찰해 보니 꼭 그렇지만도 않았다. 음식을 예쁘게 담아내는 플레이팅에 시간이 훨씬 오래 걸렸고, 손님들이 매장에 머무는 시간이 일반 밥집보다 훨씬 길었다. 파스타전문점은 식사만 하고 빨리 일어나는 반면, 여기 손님들은 음료를 두고 오랫동안 대화를 나누며 테이블을 차지하고 있었다. 회전율 면에서 치명적인 약점이 있는 셈이다. 게다가 아침부터 점심까지만 피크 타임이고 저녁 장사는 거의 안 되는 분위기라 하루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시간 자체가 너무 제한적이라는 사실이 보이기 시작했다.
임대료와 프랜차이즈 가맹비용을 듣고 느낀 현실적인 장벽
근처 부동산에 들러 광교 카페거리 일대의 대략적인 상가 시세를 물어보았다. 부동산 중개업자는 우리가 관심을 보이자 목 좋은 곳은 보증금 5천만 원에 월세가 최소 300만 원 이상이라고 했다. 거기에 권리금이 기본적으로 4,000만 원은 붙어 있었고, 프랜차이즈 가맹비와 인테리어 비용까지 합치면 초기 창업비용이 최소 1억 5천만 원은 들어간다는 계산이 나왔다. 우리가 가진 퇴직금을 거의 다 털어 넣어야 하는 액수였다. 더욱이 브런치 특성상 오전 10시부터 오후 3~4시 사이에 매출이 집중되는데, 이 짧은 시간 동안 발생하는 매출로 임대료와 알바생 세 명의 인건비를 감당하는 게 가능할지 도무지 감이 오지 않았다. 부동산 업자는 요즘 뜨는음식이라 주말에는 미어터진다고 우리를 설득하려 했지만, 그가 말하는 화려한 매출 숫자 이면에 숨겨진 높은 고정비 지출을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해졌다. 남편의 얼굴에서도 아까 매장에 들어설 때의 막연한 기대감은 사라지고 점점 그늘이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결국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돌아온 길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우리 부부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남편은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았고, 나는 스마트폰으로 브런치카페 창업 실패 사례들을 검색해 보고 있었다. 퇴직금을 넣고 시작했다가 대출금만 수천만 원 지고 폐업했다는 자영업자들의 글을 보니 남 일 같지 않았다. 그렇다고 창업을 깨끗이 포기하자니 남편의 중년취업 문제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가슴이 답답해졌다. 45분을 기다려 먹었던 그 17,500원짜리 아보카도 샌드위치의 짭조름한 맛만 입안에 맴돌 뿐이었다. 세상에 쉬운 장사는 없고, 겉보기에 세련되고 편해 보이는 일일수록 그 속은 더 치열하다는 뻔한 사실만 다시금 뼈저리게 확인한 하루였다. 우리는 결국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다음 주에 다시 다른 업종을 알아보자며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향했다. 내일은 또 내일의 구인 공고가 뜰 텐데, 우리의 고민은 언제쯤 해결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불안감만 가득하다.
아보카도 오픈 샌드위치 가격이 생각보다 비싸서 깜짝 놀랐어요. 재료비랑 임대료를 생각하면 마진이 얼마나 남을지 계산하는 게 더 재밌더라고요.
아보카도 가격 때문에 진짜 답답하더라구요. 제가 냉동 아보카도도 자주 쓰는데, 그런 재료로도 비슷한 메뉴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