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형동 하나로마트에서 장을 보다 결국 계획에 없던 김밥을 집어 들었다

노형동 하나로마트에서 장을 보다 결국 계획에 없던 김밥을 집어 들었다

하나로마트 노형점에 들렀던 날의 기억

어제는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제주시 월광로에 있는 하나로마트 노형점에 들렀다. 사실 특별히 살 게 많았던 건 아니고, 그냥 수요일마다 로컬 푸드가 좀 더 신선하게 들어온다는 이야기를 얼핏 들었던 것 같아서 굳이 차를 돌렸다. 노형 근처는 늘 그렇듯 차가 막히고 복잡하다. 주차장 입구에서부터 꼬리를 문 차들을 보면서 ‘아, 그냥 동네 마트나 갈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아주 잠깐 스쳤다. 그래도 막상 들어가서 싱싱한 채소들이 진열된 걸 보니 또 기분이 좀 풀렸다. 확실히 공산품보다는 여기서만 볼 수 있는 제주산 식재료들이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계획에 없던 김밥과의 조우

장을 다 보고 나오려는데 입구 근처에서 나는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발목을 잡았다. 다들 알겠지만 제주도 마트나 휴게소 근처에는 이상하게 김밥 맛집들이 숨어 있다. 굳이 일부러 찾아가서 줄 서서 먹는 유명한 집들도 많지만, 이렇게 장보다가 우연히 마주치는 김밥들이 더 반가울 때가 있다. 가격도 딱 적당한 3천 원에서 4천 원 사이였던 것 같다. 결국 저녁 식사 준비를 귀찮아할 내 모습을 미리 예견이라도 한 듯, 좁쌀막걸리 한 병과 함께 김밥 두 줄을 집어 들었다. 이게 합리적인 소비였는지 아니면 귀차니즘의 승리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제주 서부 여행을 떠올리며 마시는 막걸리

집에 돌아와 좁쌀막걸리를 한 잔 따르니 예전에 갔던 서귀포 여행 생각이 났다. 사실 제주 서부 여행이라고 하면 보통 애월이나 하귀 쪽을 많이 다니는데, 하귀 하나로마트도 종종 가곤 한다. 거기서는 해산물을 주로 사게 되는데, 노형점이랑은 또 분위기가 미묘하게 다르다. 어떤 날은 작정하고 맛집을 찾아다니기도 하지만, 요즘은 이렇게 소소하게 마트에서 산 음식들로 끼니를 때우는 게 더 마음 편하다. 서울의 고급 레스토랑에서 냈던 돈보다 훨씬 적은 금액으로도 충분히 배부르고 만족스러운 기분이 드니까.

노형동 상권과 복잡한 마음

최근에 노형동 쪽 상권이 침체되었다는 소식도 들었다. 동네를 돌아다니다 보면 아치형 조명이나 새로운 도로 정비 계획 같은 현수막이 많이 보이는데, 이런 것들이 실제로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체감하기 어렵다. 그냥 내가 사는 동네, 혹은 자주 가는 동네가 너무 휑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든다. 앱으로 맛집을 개발하고 홍보하는 것도 좋지만, 사실 사람들은 그냥 익숙하고 편한 곳을 찾는 거 아닐까 싶기도 하고. 거창한 정책보다 그냥 주차하기 편하고, 장 볼 때 맛있는 김밥 한 줄 살 수 있는 이런 일상이 조금 더 오래 지속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결되지 않는 작은 의문

결국 김밥 두 줄은 순식간에 사라졌고, 막걸리도 다 비웠다. 내일은 또 뭐 먹고 사나 싶은 고민이 잠시 들었지만, 뭐 별수 있나. 어차피 내일도 비슷한 고민을 하며 마트를 어슬렁거리겠지. 벨로스페이스 향수 공방 근처를 지나가며 ‘나중에 시간 되면 저기 한번 가봐야지’ 생각만 하고 또 지나쳤다. 이런 사소한 다짐들이 얼마나 실현될지는 알 수 없지만, 그냥 이런 소소한 불편함과 즐거움이 뒤섞인 채로 제주의 시간을 보내는 게 나에게는 더 자연스러운 것 같다.

댓글 3
  • 저도 요즘 동네 마트 지나갈 때마다 비슷한 느낌이어서 그런지, 제주도에서 마트에서 김밥 먹는 모습이 생각나네요.

  • 좁쌀막걸리 마시면서 서귀포 생각나시는 거 진짜 공감해요. 저도 마트에서 우연히 김밥 발견했을 때, 그런 묘한 기분 알 것 같아요.

  • 좁쌀막걸리 마시면서 해산물 사던 하귀 하나로마트 생각나네, 거기 진짜 맛있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