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익숙한 간판들이 거리마다 늘어나는 기분
요즘 퇴근길에 우리 동네를 쭉 둘러보면 예전에는 보이지 않던 고깃집 간판들이 참 많이도 들어섰다. 저번 주에도 친구랑 저녁을 먹으려는데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가 결국 또 눈에 익은 프랜차이즈 간판을 찾게 되더라. 솔직히 말하면 개인이 운영하는 정겨운 가게들도 좋지만, 막상 들어가서 메뉴판을 펼치면 어딜 가나 비슷비슷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뼈삼겹이나 등심덧살 같은 메뉴들이 이제는 제법 흔해졌는데, 메뉴판 구성까지 비슷하니 어딜 가나 ‘아, 여기도 저기랑 비슷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드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1인분 가격이 주는 묘한 위안과 의구심
며칠 전에는 평화김해뒷고기라는 곳을 지나가다 1인분에 6,500원이라는 가격을 보고 살짝 놀랐다. 요즘 물가에 이 가격이라니, 어떻게 이 가격이 가능한 건지 궁금하면서도 한편으론 너무 싸니까 오히려 걱정이 앞서는 건 내 나이 탓일까. 주변을 보면 냉삼이나 대패삼겹살을 전문으로 하는 철뚝집 같은 곳들도 꽤 보이는데, 가끔 이런 체인점을 보면 본사에서 시스템을 다 잡아주니까 고기 굽는 거나 서빙하는 게 꽤 수월하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손님 입장에서는 ‘이 고기가 정말 그 고기인가’ 싶은 의구심이 완전히 가시지는 않는 게 사실이다. 물론 맛있게 먹고 나오면 그만이지만, 가끔은 너무 표준화된 맛이 질릴 때가 있다.
리뉴얼 창업이라는 단어가 자주 눈에 띄던 날
인터넷 뉴스를 보는데 제주화로집 같은 곳들이 기존 고깃집을 리뉴얼해서 창업을 지원한다는 기사를 봤다. 투자금 1,000만 원으로 업종을 바꿀 수 있다니 솔깃하기도 했다. 고기집 운영이 예전보다 훨씬 까다로워졌다는데, 그런 시스템을 빌려오는 게 어쩌면 당연한 흐름인가 싶기도 하다. 예전엔 그냥 고기 맛만 좋으면 장땡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주류 매출 비중이 중요하다느니, 매월 시식데이를 운영한다느니 하는 소리들을 들으면 장사라는 게 보통 일이 아니구나 싶다. 가끔 단골로 가던 가게가 갑자기 다른 체인점으로 바뀌어 있을 때 느끼는 그 묘한 상실감은 나만 느끼는 건 아닐 거다.
집 근처에서 가장 편한 선택지가 되어버린 냉삼
결국 돌고 돌아 찾게 되는 건 집 근처의 냉삼집이다. 가격 부담도 덜하고, 적당히 시끄러운 분위기에서 소주 한 잔 기울이기에 딱이니까. 성남 쪽에서는 철뚝집이 그렇게 유명하다고 들었는데, 내가 사는 곳 근처 체인점들도 보면 저녁 시간만 되면 항상 만석이다. 확실히 사람들은 뭔가 화려하고 새로운 것보다는 익숙하고 검증된 곳을 더 선호하는 것 같다. 나 역시도 모험을 하기보다는 ‘오늘도 실패하지 않을 곳’을 고르는 게 더 익숙해져 버렸다. 어쩌면 내가 프랜차이즈 고깃집들을 비판하면서도 계속 가는 건, 그만큼 실망할 확률이 적다는 걸 몸이 먼저 기억하고 있어서일지도 모르겠다.
맛의 표준화와 개성의 경계에서
매번 똑같은 고기 맛에 지겨우면서도 다음번 약속을 잡을 때 또다시 프랜차이즈를 검색하고 있는 내 모습이 좀 웃기다. 정말 맛있는 고기는 따로 있는 건지, 아니면 우리가 매일 먹는 이 규격화된 고기들이 최선인 건지 잘 모르겠다. 가끔은 정말로 주인장이 직접 칼질해서 내어주는 투박한 고기집이 그리울 때가 있는데, 그런 곳은 이상하게도 일찍 문을 닫거나 찾기가 쉽지 않다. 담가화로구이 같은 새로운 이름들을 볼 때마다 ‘여기는 좀 다르려나’ 기대를 하다가도 결국은 메뉴판의 구성을 보고 안심하는 스스로를 발견한다. 다음번에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그냥 간판만 보고 들어가는 무모한 도전을 한번 해봐야겠다는 생각만 며칠째 하고 있다. 아마도 다음 약속 때도 똑같은 곳을 가겠지만 말이다.